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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풍도의 봄바람 4

by 하얀찔레꽃* 2010. 3. 15.

 

 

 

 

풍도의 봄바람 4.


"안녕하세요?"

"문은 잘 잠그고 왔어요?"
늙은 호박을 뚜벅뚜벅 썰고 계시는 아저씨가 훤히 열린
헛간 같은 곳에서 이쪽을 보고 말씀을 건네신다.

"네에~ 아주 꼭꼭 잘 잠그고 들어 왔어요."
"예쁜 꽃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이곳은 사유지로 특별히 허락을 받고 들어온 곳이다.)
"그 호박 소 먹이려고 여물 만드시는 거에요?"
"소가 아니라~ 염소 줄라고~!!"

"아~ 근데요 아저씨, 여기서 사진 몇장만 찍고 가도 돼요?"
그러자 허허 웃으시면서
"다 늙은 사람 사진은 찍어 어디다 쓰게?"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포즈로 흡사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달인처럼 호박을 자르는 칼놀림이 빨라지신다. ^^

"아저씨, 고맙습니다."
"꽃 잘 보고 나서 있다 나갈적에 문만 잘 걸고 나가믄 되아..."
"네에~ 나갈때도 문은 저희가 책임지고 잘 잠글께요. 수고하세요~!!"
그러며 돌아 나오는 좁다란 철조망길에 염소똥이 여기저기 밟히지만,
기분은 그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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