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계를 만들며
욘석, 언제부턴가 나를 만날 때마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카메라 하나 둘러 메고 산너머 쪽으로 나가는 걸 알고선
이번엔 가고 싶지 않은데도 보챈다.
잠도 많은 녀석이 한참 전부터 내 곁에 앉아 나 일어나기만 기다렸단다.
그리곤 일어나자마자 나가자네.....
"혜은아, 이모가 이번엔 가기 싫어. 담번에 가자."
그랬다가는 아이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미안해져서
"그래, 좋다. 가자~!!"
그렇게 못이기듯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선다.
아이들은 기억력도 참 좋다.
벌써 지난해 꽃을 찍었던 자리에서 "어? 여기 꽃이 있었는데?"
뭐라고 쫑알쫑알 말이 그리 많이 하고 싶은지,
난 클로버꽃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앞은 왠지 그냥 못지나치겠더라.
"자, 여기 앉아 봐! 이모가 꽃시계 만들어 줄께. 꽃반지도 만들어 주고..."
눈썰미가 어찌나 좋은지
내가 저한테 해주는 걸 보고 벌써 반지를 만들기도 전에
나한테도 시계를 채워 준댄다.
그렇게 서로에게 꽃시계를 하나씩 맞춰 주고선 활짝 웃는다.
"꽃반지는 안할 거야?"
"그럼, 이제 언니들 시계도 준비해 가자."
"이건 민주언니꺼, 이건 수진언니꺼, 혹시 실패할지도 모르니깐
두 개만 더 챙겨. 남으면 누구든 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고..."
아이의 두 손에 꼭 쥐어 주며 일어서는데
그걸 쥔 손이 너무 이쁘다.
"혜은아, 너무 이쁘다 잠깐만. 너 얼굴이 다쳐서
얼굴사진은 그렇고 이모가 다른 사진 찍어 줄께. 거기 서바바."
사실은 이녀석 꽃을 찍는것도 좋지만,
저가 카메라 셔터를 한번 눌러 보고도 싶고
얼굴이 이쁜 녀석이라 그런지 찍히는 걸 엄청 좋아해서 날 따라 나선거다.
벌써 시골에 온 기념으로 평상에서 떨어져 상처가 났으니
거짓말 조금 보태 얼굴에 매디폼이 제 손바닥만은 하다.
그래도 기분 맞춰 주느라 얼굴사진도 몇 장 찍어 주고... ㅎ
사진도 몇 장 찍어 보라고 했더니만 금새 입이 헤벌어졌다.
굳이 사진을 찍겠다고 나온것도 아니니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아이와 놀다 가면 된다.
우리는 항상 가던 자리까지만 갔다가 아버지 어머니의 논을 보고,
복분자밭, 땅콩밭을 보고... 속으로 부모님을 한번 생각해 보고...,
그리고 돌아서서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오늘도 무지 덥게 생겼다. 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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